우수재래시장 전국 3위 ‘의정부제일시장’..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 판잣집이 그 시작
행복로 끝자락서 50년 지역상권 이끌어.. 십자로 한가운데 자리한 장터마당
각종 공연 등 의정부의 문화 1번지.. 현대화·상권 매력도 등 정부 평가 최고
행복로서 5분 거리 ‘부대찌개거리’.. 30~50년 된 원조 부대찌개집 즐비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햄·소시지 등 양껏 즐길 수 있는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아
매년 가을 축제 열어 지역 살리는 관광상품
70년대 의정부 제일시장의 전경
오늘날의 의정부 제일시장
의정부로데오거리 입구
2022년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부대찌개거리서 파는 부대찌개. 사진=노진균 기자·의정부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의정부=노진균 기자】 젊음의 열기와 역사와 전통이 공존하는 행복로는
의정부의 문화 1번지로 일컬어진다. 호국로, 평화로, 시민로, 태평로 가운데 사각형 지대에 형성된 행복로에는
다양한 조각상과 벤치, 공연장과 인공연못, 실개천이 어우러져 시민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행복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공연장으로 꾸며진 상설 무대다. 무더운 여름이나 선선한 가을이면
이곳 무대를 중심으로 비보이 공연, 나눔 벼룩시장, 청소년 수련관의 행복 나눔 축제, 밴드, 버스킹 등의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가족단위의 많은 시민들이 행복로를 찾는다. 어린이들은 분수대와 실개천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고,
곧게 뻗은 소나무들 아래 만들어진 벤치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로에서 만남은 이성계 동상에서 시작된다. 이 동상을 기준으로 로데오거리와 행복로를 구분하기 쉬우며,
의정부역과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 연인들이나 삼삼오오 모여있는 젊은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먹거리로도 행복로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600m에 달하는 행복로에는 모두가 잘 아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함께 경기도에서는 가장 오래된 중국음식점까지 자리하고 있다.
또 젊은층이 많이 찾는 만큼 유행하는 음식점이나 메뉴가 빠르게 생겨나는 것도 행복로의 특징
중 하나다. 더욱이 의정부제일시장 내 떡볶이와 냉면, 부대찌개거리를 비롯해 작은 골목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해 의정부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경기북부 최대 규모 '의정부제일시장'
행복로 번화가의 끝에는 전통재래시장인 의정부제일시장을 만날 수 있다. 제일시장은 의정부 상업의
전통과 현대의 소비생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역상권의 중추로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전쟁 이 후 의정부는 교통의 중심지로 미군부대의 군용품과 경기북부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이때 휴전선 가까운 곳에 정착하게 된 실향민들을 중심으로 목조로 된 판자집 형식의 5일장이 형성되었던 것이
의정부제일시장의 시작으로 알려졌다.
1954년 공설시장조합을 결성하고, 1959년에는 제1공설시장으로 개설됐다. 이후 정부의 공설시장 민영화 지침에 따라
1976년 4월 12일 사단법인 의정부제일시장번영회를 설립하고, 당시 영업 중이던 상인 회원 394명이 의정부시로부터
약 4500여평의 대지를 구입해 상가 건물이 들어서게 됐다.
이후 시장은 고객의 동선과 편의성을 고려해 2006년까지 십자로 거리를 조성했다. 출입구를 기준으로 가, 나, 다, 라로
나뉘게 된 시장은 동별로 가동은 브랜드의류, 나동은 잡화 및 커튼, 다동은 식품 및 방앗간, 라동은 한복을 포함한 일반 의류 등으로
구분돼 있다.
같은 업종끼리 모여 있다 보니 고객들은 제품을 비교하며 구매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상인들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고자 더 나은 서비스와 질 좋은 제품으로 손님을 맞는다.
예전에는 사람 하나 겨우 지날 정도로 비좁았던 통로를 3m 이상 넓혀 긴급재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전한
시장이 됐다.
시장 중심에 있는 십자로 장터마당은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주최하는 각종 공연은 물론 이벤트장으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에서 고객과 상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주부가요제, 비보이 공연 등이 열리며, 지역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의정부제일시장은 2008년 전국 1550개 시장 중 경기도 1위, 전국 3위를 차지하며 활성화된 우수재래시장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의 여러 지자체와 재래시장의 벤치마킹을 위해 시장을 찾기도 했다.
이처럼 의정부 제일시장이 활성화에는 번영회의 노력도 한몫을 차지한다. 시장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번영회는 변화하는
사회와 전통시장의 위기에 대응하고자 의정부제일시장 역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 현대화 사업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낡은 시설을 교체하는 등 점포 정비 사업을 벌였고, 주차장도 확충했다. 2008년 정부 평가에서는 경기도 1위, 전국 3위를
차지했는데, 상인 조직, 상권 매력도, 시설, 점포 경영, 공동 마케팅, 시장 운영 등 6개 부문에서는 최고점을 받기도 했다.
의정부제일시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부터는 온라인 주문과 배송서비스를 확대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의정부시 상권활성화재단을 주체로 의정부제일시장과 의정부시장에서 판매하는 먹거리 및 신선한 식자재를 2시간 이내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다. 당시 시작 한 달 만에 전국 104개 전통시장 중 매출액과 주문건수에서 전국 9위를 차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배달이 중요시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명물로 자리잡은 부대찌개 거리
행복로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경전철 '의정부중앙역'에 다다르면 의정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은 부대찌개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의정부 부대찌개거리'란 아치형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차량 두 대가 간신히 오갈 정도로 좁은 이 길 150여m 양쪽에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12곳이 부대찌개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식당들은 대부분 30~50년 이상된 곳으로 각각의 식당마다 약간씩 다른 맛과 서비스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맞는다. 이곳 부대찌개는
이제 의정부의 대표 음식브랜드로 자리 잡는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부대찌개는 6.25전쟁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식재료들을 가지고 우리 입맛에 맞게 김치와 뜨끈한 국물을 더해 만들었던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1960년대 초 어느 날 의정부에서 오뎅을 팔던 한 포장마차에 미군부대 장병과 군속들이 찾아오면서 서양과 한국식이
결합한 '짬뽕 음식'이 만들어졌다.
미군부대 손님들은 부대에서 햄과 소시지 등을 챙겨와 먹을 수 있게 요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햄, 소시지를 볶은 요리를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물과 함께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 등을 넣고 끓여 찌개로
만들어 내면서 '부대찌개'가 탄생한다.
물을 넣어 끓여먹다 보니 볶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눌 수 있었고, 당시 어려웠던 경제 상황에서 이만큼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던 음식도 흔하지 않았다.
사실 부대찌개 명칭의 시작은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재료들을 찌개로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부대찌개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불린다.
차츰 의정부 일대에 부대찌개 음식이 맛 좋고 영양가도 높다는 입소문이 퍼졌으며, 이 과정에서 60년대 초 당시 양주군청 옆 골목
일대에 처음으로 전문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어느덧 의정부부대찌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됐다. 의정부시는 부대찌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대찌개 거리를 간판이 아름다운거리로 지정하고, 2006년부터 매년 가을 의정부 부대찌개축제를 열고 있다.
거리 입구 건너편 의정부시 퓨전문화관광 홍보관도 찾아 볼 만하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의 이야기를 발굴해 영상으로 만들고
바닥에 생생한 골목 그래픽을 구현해 부대찌개골목 VR 체험관(부대찌개골목과 부대찌개 만들기 가상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의정부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부대찌개 거리를 즐기고, 이야기와 체험으로 부대찌개를 기억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통해 의정부 원조 부대찌개
이미지 제고와 홍보를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균 기자 (njk624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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